목회칼럼

RESET ― 다시, 처음처럼

우선동
2025-12-30
조회수 124

2025년의 마지막이 저물고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를 멈추게 하고, 돌아보게 합니다.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지나온 1년을 돌아보면 감사한 일도 많지만, 후회와 아쉬움도 섞여 있습니다. ‘조금만 더 잘할 걸’, ‘그때 조금만 더 참을 걸’ 하는 생각이 마음을 스칩니다. 그래서 새해를 앞둔 이 시점에 “RESET”이라는 단어가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RESET’은 ‘다시(re-)’와 ‘설정하다(set)’의 합성어입니다. 컴퓨터나 기계가 오류로 멈추었을 때 ‘리셋’ 버튼을 누르면, 모든 시스템은 처음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복잡하게 꼬였던 문제들이 정리되고, 기능을 잃었던 장치가 새롭게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RESET은 단순한 ‘되돌리기’가 아니라, 처음의 질서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우리 신앙생활도 종종 오류가 걸립니다. 바쁘고 복잡한 삶 속에서 마음은 피로해지고, 영적인 중심은 흐려집니다. 예배는 형식이 되고, 기도는 의무가 되고, 사랑은 식어갑니다. 바로 그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영혼의 리셋입니다. 단순히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처음 우리를 부르셨던 자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성경은 리셋의 이야기를 곳곳에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노아의 홍수 후에 세상을 리셋하셨습니다. 죄로 물든 세상을 심판하시고, 다시 언약을 세워 새 생명의 질서를 시작하셨습니다(창9장).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하나님을 잊고 방황할 때마다, 하나님은 선지자들을 보내 “돌이키라”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단순한 회개 명령이 아니라 관계의 리셋, 하나님과 다시 연결되는 은혜의 초대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은 인류 전체의 리셋을 이루셨습니다. 옛 생명은 십자가에서 죽고, 새 생명은 부활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은 “다시 처음처럼” 우리를 새롭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2026년을 맞는 이 시점에 우리는 리셋을 결단해야 합니다.

- 신앙의 중심을 리셋하십시오.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내 마음의 방향을 다시 맞추십시오. “말씀 앞에 멈춤”이 진정한 리셋의 시작입니다.

- 예배를 리셋하십시오. 익숙함 속에서 잃어버린 경외심을 회복하십시오. 처음 예수 믿을 때 그 은혜에 감격하며 눈물로 찬양하던 마음을 다시 불러내야 합니다.

- 관계를 리셋하십시오. 미워했던 마음을 풀고,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결단을 하십시오. 하나님께 받은 사랑의 초기화를 통해 인간관계의 새 역사가 시작됩니다.

- 사명을 리셋하십시오. 올 한 해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에 느슨해졌다면, 다시금 불을 붙이십시오. 처음 부르심의 열정으로, 주님 나라를 위해 다시 헌신합시다.

 

리셋은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본래의 자리로 돌아감’입니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새로운 무엇’이 아니라 처음 사랑(계2:4)입니다. 그 사랑이 회복될 때, 하나님은 우리의 삶 전체를 새 질서로 세워 주십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여호와여 우리를 주께로 돌이키소서 그리하시면 우리가 주께로 돌아가겠사오니 우리의 날들을 다시 새롭게 하사 옛적 같게 하옵소서”(애5:21) 이것이 바로 영혼의 리셋을 구하는 기도입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새로워질 수 없지만, 하나님은 은혜로 우리를 다시 처음처럼 새롭게 하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무거운 짐은 2025년의 끝자락에 다 내려놓으십시오. 컴퓨터를 다시 켜듯, 주님의 은혜라는 전원 버튼을 깊게 누르십시오. 텅 비워진 그 자리에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늘의 소망과 평강이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 여러분의 2026년이 하나님의 거룩한 설계도 안에서 가장 아름답게 'RESET' 되기를 간절히 축복하고 기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우선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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